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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봄날의 세레나데
봄날의 세레나데
정영수
작성일 : 13-05-01 19:34  조회 : 21,118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 피어있었다
 
  작가 황석영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글을 인용하면서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의 문을 열었다. 오래된 정원은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이다. 그렇다면 ‘비원(秘苑)’이 아닌가. 비원은 호주머니 속 깊이 감춰둔 보물과도 같아서, 첫사랑이나 밀애(密愛)처럼 고이 간직한 비밀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뉴에이지 가수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은 알려진 것처럼 노르웨이의 음악그룹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롤프 러블랜드(Rolf Lovland)와 아일랜드 출신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뉼라 쉐리(Fionnuala Sherry), 국적이 다른 두 아티스트가 우연히 만나 짝을 이룬 뉴에이지 음악 연주그룹이다. 유로비전 콘테스트에서 <야상곡(Nocturne)>으로 1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60년 역사를 가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에서 사상 처음 악기연주곡으로 우승을 따낸 그룹이다. 1996년에 데뷔하여 1집 앨범 <시크릿 가든의 노래(Songs from a Secret Garden)를 냈다.
 
  이들의 연주곡은 언제부터인가 가사가 붙어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축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그 중에서도, 1집에 실린 <아다지오(Adagio)>와 <봄날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는 결혼축가의 단골메뉴다. 지금은 언제 어느 결혼식장에서나 연주와 노래로 들을 수 있다.
 
  <봄날의 세레나데>는 “마치 몇몇 클래식작품들을 도용한 듯 장중함과 아름다움이 숨어있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도심의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시크릿 가든의 촉촉하고 감동적인 선율을 즐길 수 있는 풍요로움은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건반(Keyboard)과 바이올린의 음색 융합을 통해 뉴에이지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노래는 북유럽의 팝과 신비로운 켈트(Celtic)풍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절묘하다. 특히 피오뉼라의 바이올린 선율은 켈트뮤직의 요소들을 듬뿍 담아낸다. 오랜 세월 고된 현실과 싸워 온 아일랜드 문화의 민중적이고도 토속적인 비애를 이끌어 내 이들의 음악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있다.
 
  2004년 5월 8일, 시크릿 가든이 우리나라에 왔다. 강남 타워레코드 오픈 때 2집 홍보 겸 깜짝 방문한 후 공연내한은 처음이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주저 없이 두 장의 티켓을 끊었다. 놀라운 것은 소프라노 신영옥과의 조인트 콘서트도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영옥씨는 기자회견에서 “시크릿 가든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좋아했다”며 음반도 내게 돼 기뻐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드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봄날의 세레나데>는 또 언제부터인가 ‘가을의 노래’로 바뀌어 있었다. 김동규 ․ 임태경 등 국내 저명가수들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이름으로 가사를 붙여 부르면서 ‘10월 결혼식 축가’로 뜨기 시작한 모양이다.
 
  봄이면 어떻고 가을이면 어떠하랴. 긴 겨울 지나고 봄빛이 완연한 이즈음, 시크릿 가든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봄꿈'을 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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