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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정영수
작성일 : 13-04-14 12:10  조회 : 20,699회 
 If, by some miracle, I were granted three seeing days,
 The first day, I should see my friends who I love.
 만일에 기적이 일어나, 사흘 동안만 앞을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특히 설리번 선생님)을
 꼭 찾아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볼 것이며, 셋째 날은 큰길에 나가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와 사흘 동안 눈을 뜨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다고 썼다.
 
 보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 중증 장애인 헬렌 켈러의 저서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은 진정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우쳐준다. 최근 어느 핸드폰 메이커에서 그녀의 소망을 주제로 내놓은 CF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핸드폰을 통해 얼마든지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는 메시지일까.
 
 1880년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태어난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는, 심한 고열을 앓다가 안타깝게도 9개월 만에 시력을 잃는다. 이어 귀로 들을 수도 없고, 입으로 말도 할 수 없는, 기록에 따르면 '백치(Idiot)'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20세기의 기적>으로 칭송받는 놀라운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녀를 20세기의 위대한 기적으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스승 앤 설리번(Ann Sullivan)이다.
 
 헬렌 앞에 나타난 설리번 선생은, 어둠 속을 헤매던 헬렌에게 사랑과 인내로써 말과 글은 물론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깨우쳐 주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살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시킨다. 설리번은 헬렌 켈러에게 늘 다음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하라. 실패할 때마다 무엇인가 성취할 것이다. 비록 네가 원하는 것은 이루지 못할지라도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게 되리라. 시작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을 반복하라.”
 
 ‘백치소녀’ 헬렌을 맡을 당시 20세였던 설리번도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불우한 여인이었다. 그녀 또한 안질에 걸려 실명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 후 맹아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무렵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 이야기가 오가자 그녀가 자청해 맡았다. 그녀의 위대한 투쟁은 시작된다. 설리번은 헬렌에게 단 하나 남아있는 인식의 창구인 촉각을 통하여 암흑 에 갇힌 영혼을 자극하기에 온힘을 쏟았다.
 
 그때까지 갇혀있던 헬렌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열리기 시작한 것은 지화법(指話法 ‧ Dactylology)으로 <인형>이란 말을 헬렌이 깨우쳤을 때였다. 인형을 쥐어주고 난 다음 손바닥에 ‘d-o-l-l’ 이라고 써준다. 다음은 ‘w-a-t-e-r’, <물>이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반복해서 가르쳐주자 <인형>을 알아낸 것이다. 마치 봇물이 터지듯 헬렌의 지적욕구가 넘쳐났다.
 
 사물을 감촉으로 인식한다는 기쁨, 그것이 암흑의 세계로부터 그녀를 세상 속으로 끌어내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헬렌의 지적 호기심과 욕구는 설리번을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가 결코 장애인이 아님을 보여주는 천부적인 감성은 그의 나이아가라 견문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 웅장한 굉음과 포말을 다만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만으로 그려냈을 뿐인데, 비슷한 시기에 나이아가라를 방문한 당대의 마크 트웨인이 헬렌 켈러의 글을 읽고 ‘나이아가라 견문록’ 쓰기를 포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37년 그가 설리반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여 장애인들을 격려했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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