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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아십니까 '복싱데이(Boxing Day)'
아십니까 '복싱데이(Boxing Day)'
정영수
작성일 : 12-12-23 05:09  조회 : 20,569회 
 스크루지(Scrooge)는 자린고비 구두쇠에다 인정머리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냉혈한이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수전노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즈(Dickens)가 쓴 중편소설 <크리스마스 송가(Christmas Carol)>의 주인공이 그렇다.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꿈속에서 유령을 만나게 된다.
 
 옛날에 죽은 친구가 돌연 꿈에 나타난 것이다. 그 친구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잘못을 뉘우쳐 착한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줄거리다. 죽은 친구 역시 수전노였는데, 살아생전의 수전노들이 죽어서는 어떤 고생을 하는지를 파노라마와 같은 ‘동영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작가가 해마다 발표한 5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중 첫 번째 작품이자 디킨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마다 이맘때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아이들에게 “착한 일을 하라”며 단골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당시 영국사회의 지나친 탐욕주의를 꼬집은 디킨즈의 사회관과 인간관이 투영된 이 작품을 비평가들은 ‘크리스마스 철학’이라고도 평가한바 있다.
 
 감동적이기는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도 금메달 감. 가난한 젊은 부부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아내 델라(Della)의 삼단 같은 머리칼과 남편 짐(Jim)의 골동품시계 말고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를 예쁘게 빗질할 머리빗을 선물하고 싶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시계 줄을 사주는 것이 소원이었다. 낡은 손목시계지만 줄이 없어 차고 다니지 못하는 게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가난한 젊은 부부는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푼다. 각기 시계 줄과 머리빗을 내놓았는데, 남편은 시계를 팔고 아내는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준비한 선물이다. 이젠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선물이 되어버렸지만, 이보다 더 고귀한 선물은 없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그래서 ‘메이자이(Magi)'라는 단어를 썼을까. 아기예수가 탄생하자마자 선물을 바친 동방박사 세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 나라 말로는 ‘마기’라고도 부른다. 페르시아쯤으로 추정되는 동방에서 예수를 경배하고 내놓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沒藥 ‧ Myrrh)이 작품에서 말하는 눈물겨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세월이 흘러 머리빗(Comb)이 머리핀으로 ‘각색’된 작품이 많아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든다. 그 때만해도 머리빗은 값비싼 물건이었으나 지금은 지천(至賤)이 아닌가.
 
 각박한 세상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크건 작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영국은 물론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영연방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이튿날도 공휴일(Bank Holiday)이다. 12월26일을 ‘복싱데이(Boxing Day)’로 정해 하루를 더 쉰다. 복스(Box)는 권투경기를 말하기도 하지만 ‘상자에 물건을 담는다.’라는 뜻으로도 쓴다. 그래서 이날은 선물을 꾸리는 날이다. 예로부터 성탄 전야에 받은 선물상자를 비운 뒤 하인들이나 청소부들에게 줄 선물을 채우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19세기 쯤 부터 영국의 영주들이 소작인들이나 하인들에게 이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우편집배원이나 환경미화원들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정성어린 선물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12월 26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거나 일요일이면 그 다음 날을 꼭 복싱데이로 정해 기념한다.
 
 이날 주는 선물은 특별히 ‘크리스마스 복스(Christmas Box)’라고 부른다. 복싱데이를 기념하는 관습은 신도들이 크리스마스 날 신도들이 사제나 목사에게 준 선물을 그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데서 시작됐다고도 한다. 본받을만한 미풍양속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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