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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조선이 포르투갈領?
조선이 포르투갈領?
정영수
작성일 : 12-09-07 16:56  조회 : 22,529회 
 한 때 한국이 포르투갈령(領)인적이 있다면 믿어질까. 그러나 있었다. 1493년 교황의 중재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결정한 영토경계선인 ‘교황자오선(Line of Demarcation)’에 따라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그렇게 된 것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을 계기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사이에 신대륙 분쟁이 일어나자 이를 조정하기 위하여 교황 알렉산더 6세가 교서로 결정한 것이다. 양국의 지구상 세력범위를 “아프리카 자오선 서쪽은 에스파냐령, 동쪽을 포르투갈령”으로 정했다. 지도상으로만 그렇고 실효는 없었지만, 이에 따라 브라질이 포르투갈령이 된 것은 두고두고 큰 수확으로 남는다.
 
 이때부터 두 나라의 동방진출이 시작되고, 포르투갈은 일본에서 금과 은을 수입하여 중국의 비단과 바꿔 이득을 취한다.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고부터 “신(神)은 포르투갈에 전 세계를 줬다.”고 기고만장했다. 그 무렵 우리나라에도 빵(Păo), 카스텔라 등 포르투갈 말이 일본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어를 포도아어(葡萄牙語)라는 음역어(音譯語)로도 썼는데 아무래도 낯설기만 했다. 메리야스는 무명실이나 털실 등으로 짠 내의.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메디아스(Medias)나 포르투칼어 메이아스(Meias)를 일본사람들이「메리야스」로 변형시켜 사용하던 것을 우리가 받아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메디아스나 메이아스가 원래 내의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면사(綿絲)나 모사(毛絲)로 짠 직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매우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어 서구에서 내의나 장갑, 양말 등을 만드는 재료로 썼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무역선을 타고 이것이 일본에 상륙했는데, 처음에는 ‘막대소(莫大小)’라 불렀다. ‘莫(막)’은 “없다”는 뜻이므로 “대소(大小)가 없다” 즉, 신축성이 좋다는 뜻이다. '난닝구(Running Suit)'가 금메달 감. 내의를 만드는 원료가 내의라는 뜻으로 바뀐 셈이다. “좋다“는 뜻의 ‘따봉(Tăbom)’도 포르투갈 말이란다.
 
 ‘담배’도 포르투칼 말 ‘타바코(Tabacco)’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다바꼬(タバコ)’로 바뀌고 그것이 다시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한자로 ‘담바고(淡婆姑)’나 ‘담바구’로 되었다가 지금의 담배로 진화되었다. 양복점을 나사점(또는 라사)라고 부르는 것도 포르투갈 말 라사(Raxa)에서 온 것. 양복천이나 당구대에 까는 모직물인데 양복점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일본 옷과는 달리 등이 넓어 양복이라는 의미로 쓰는 ‘세비로(背廣)’도 양복점 거리 이름에서 따왔는데, 앞 단추가 한 줄이면 ‘가다마에(片前), 두 줄이면 ’료마에(兩前)라는 취음(取音)을 썼다. 단추로 쓰는 보당, 비로드(Veludo)도 포르투갈 말로 전해진다.
 
 맞서 싸워 이길 승산이 없을 때 소부대로 적의 허를 찔러 기습을 반복하여 적을 교란시키는 전법을 유격전(遊擊戰)이라 부른다. ‘작은 전쟁’이란 뜻의 스페인어 게릴라(Guerilla)에서 온 말. 19세기 나폴레옹이 인접국인 스페인을 정복하고 양민들을 괴롭히자, 일단의 마드리드 시민들이 돌과 몽둥이를 들고 일어섰다. 그러나 폭동은 곧 프랑스군에 의해 진압된다. 이에 분기탱천한 스페인 청년들이 전국에서 일제히 무기를 들고 산악지대로 숨어들어 프랑스군과 소위 ‘작은 전쟁’을 벌여 개가를 올린 데서 비롯되었다.
 
 춤을 추는 모습이 플라밍고(Flamingo) 새를 닮았다 해서 플라멩코(Flamenco)라고 부른다는 스페인 집시들의 토속무용은 매우 흥겹다. 기타를 치거나 손뼉으로 반주를 넣기도 하지만 캐스터네츠(Castanets)라는 타악기를 써 분위기를 띄운다. 상아 또는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두 손에 한 개씩 손가락에 끼고서 부딪쳐 소리를 낸다. 스페인의 카스타니아는 밤(栗)을 나타내는 말로, 먹는 밤을 둘로 가른 것 같다는 그 모양에서 이런 이름이 나왔다고.
 
 동쪽 땅 끝에서 서쪽 땅 끝 마을 까보다 로카(Cabo da Roka ‧ Cape of Rock)가 있는 나라 이역만리 포르투갈을 찾은 에트랑제의 눈엔 그 곳이 무척 평온하고 넉넉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밭과 큰돈이 되는 코르크나무, 고급와인을 빚어낼 포도밭이 풍요로움을 말해준다. 그런데 최근 포르투갈도 재정적자의 위험이 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잠시나마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온 나라이어서 일까. 하루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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