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축가이자 조각가 다이달로스(Daedalus)는 신(神) 중의 신 제우스의 아들 미노스(Minos) 왕을 위하여 아름다운 궁궐을 짓는다. 그러나 끝내 미노스 왕의 총애를 잃고 감옥에 갇혔다가 밀랍과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시칠리아로 도망쳤다.
그러나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한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이카로스는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깃털을 고정하고 있던 밀랍이 태양의 열기에 녹아내려 그만 에게 해(海)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쳐 버린 것이다. 다이달로스는 근처의 섬에서 아들의 장례를 치러 주었고, 그 섬의 이름은 '이카리아(Ikaria)' 로 전해진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오랜 세월에 걸쳐 문학과 미술작품에서 형상화 되어왔다. 이들 부자의 비행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창조력의 상징으로 표현되는데, 한편으로 이카로스의 추락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하늘을 나는 것은 다이달로스 이후로 모든 사람들의 꿈이었다. 동력비행기로 처음 비행에 성공한 사람은 미국의 라이트 형제. 이들은 1903년 12월 엔진을 장착한 ‘날틀’로 하늘에 떴다.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비행에서 12초 동안 36m를 날았다. 이날 모두 네 번의 비행을 했는데 가장 멀리 비행한 것도 겨우 59초 동안 260미터를 날았을 뿐이다.
사람은 날개가 없기 때문에 날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날개를 퍼덕일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날개로 날지 못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 오래다. 17세기 이탈리아의 한 과학자는 새의 날개운동을 역학적으로 해석하고, 새의 체중과 힘의 관계를 인간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사람은 무거운 체중으로 인하여 사람의 힘만으로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신화 속의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카로스를 돌아보며 격려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땅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농부들도 일을 멈추고 그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양치기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넋을 잃었다. 그들은 신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유명한 기술자인 다이달로스를 알아본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미노스의 궁전으로 가서 자신들이 본 사실을 알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말은 날개가 있으면 추락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날개가 있기 때문에 높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행기는 높이 난다. 비행기가 높이 나는 이유는 성층권에 공기저항이 적어서 연료소모가 덜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언제나 자연에서 배운다. 과학자들은 새들을 관찰하던 중 성서에도 나오는 펠리컨(Pelican)같이 무거운 새들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물 위를 활공하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펠리컨이 지면효과(Ground effect)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면효과란 비행체가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 떠오르게 하는 양력은 증가하고 비행을 방해하는 항력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다이달로스가 지면효과를 알았다면 그런 날개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궁(迷宮)을 빠져나와 바다 위로 날아온 다음에는 지면효과를 이용하여 저공비행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날갯짓을 하느라 힘도 덜 들었을 테고 사랑하는 아들 이카로스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만들 수 있었던 다이달로스. 그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신이 아닌 모든 인간들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강한 절대자들도, 영웅도 모두 죽는다. 수분지족(守分知足),- 분수를 지키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