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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캥거루냐 아니냐
캥거루냐 아니냐
정영수
작성일 : 14-11-14 21:57  조회 : 19,895회 
 “오스트리아엔 캥거루가 없거든요(No kangaroos in Austria)."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위와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UN제공’으로 전 세계의 매스컴을 탔다.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언급한 실수를 재치 있게 수습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 빈(Vienna) 등 오스트리아의 관광 기념품 가게에 가면 캥거루 그림 위에 가위 표시를 하고 이 슬로건을 붙인 티셔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 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을 통해 내륙 개발도상국 유엔 콘퍼런스 개최를 주관한 오스트리아에 고마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표현한 것이다. 반기문 총장은 측근들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즉각 실수를 인정하면서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지요.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사과했다.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말은 오스트리아(Austria)가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와의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자국을 알리는 데 흔히 쓰는 일종의 홍보문구다. 오죽했으면 한때 국가 홈페이지에도 “캥거루는 없음(No Kangaroo Here)"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못을 박아 놨을까. 관광객들이 툭하면 “캥거루는 언제 보여주느냐”는 질문에 현지 투어리더들도 어지간히 약이 올랐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의 경우는 단순한 말실수임이 분명하지만,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오스트리아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잘못 불리는 실수에 매우 불쾌해 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말은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개발해 낸 대응용어다.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말을 듣는 대로 즉시 이처럼 대꾸한다.
 
 오스트리아는 유럽대륙 중앙에 있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저 먼 남쪽 오세아니아 주(洲)에 있지만, 그런 지리적 차이와는 상관없이 이름이 닮아 혼동하기 쉽다.
 ‘일본 불법 고래잡이 들통’ 제하의 어느 일간지 기사에서도 “일본이 잡은 고래 가운데 오스트리아 근해와 남극 부근에서 잡힌 고래가 발견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유럽내륙에 위치해 바다가 없는 오스트리아가 아닌가. 어처구니 없는 오보다. 오스트리아에서 고래를 잡을 수도 없거니와 근해(近海)가 있다는 말은 더더욱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멀고 먼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는 일찍이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긴 해외망명생활을 마치고 1945년 귀국했을 때, 말로만 듣고 그리던 이 박사보다 그와 동반한 부인 프란체스카여사에 더 많은 눈길이 쏠렸다. 불원간 퍼스트레이디가 될지도 모를 40대 중반의 ‘서양 아줌마’가 당시로는 이채로웠으리라.
 
 그분의 모국은 오스트리아이었는데, 그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그냥 ‘호주(濠洲)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호주는 우리 교과서에도 많이 나와 낯설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발음의 오스트리아가 오스트레일리아인줄 알았던 것이다. 여사께서 대통령부인이 되고 얼마안가 터진 한국전쟁 중 ‘쌕쌕이’라는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날았다. 우리는 그 비행기를 ‘호주기’라고 불렀다. 누군가가 “이(李) 대통령의 처가나라에서 보내준 비행기일 것”이라고 말한 것이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와 헷갈린 것이다. 사실은 미그15기에 대응하여 개발한 당시 미 공군 최신예기 F86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절 모르고 시주’한 셈이다.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7남매의 아버지 폰 트랩(Von Trapp)대령(예비역)이 독일의 침공에 항거하여 나치기를 끌어내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이상했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 해군대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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