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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9월 윤달 지내기
9월 윤달 지내기
정영수
작성일 : 14-11-07 04:54  조회 : 20,352회 
 예로부터 우리는 그믐달에서 보름달까지 달이 기울고 차는 모양에 따라 달의 삭망주기(朔望週期)를 한 달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달의 공전에 따라 정해지는 한 달의 기간은 약 29.5 일. 1년 열두 달을 반복하면 365일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과는 11일이 차이가 난다. 결국 1년이 약 354일 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3년 동안 반복하게 되면 한 달 이상의 차이가 생기고, 이 같은 차이가 계속 쌓이다 보면 날짜와 계절이 뒤틀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월력과 태양력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윤달을 지내왔다. 윤달은 대체로 2월에서 5월 사이에 많이 오지만 올해엔 182년 만에 음력 9월에 든 윤(潤)9월이다. 윤달이란 음력에서 평년의 12월에 1개월 더 보탠 달이자 덤으로 생긴 달이라고 해서 여벌 달이라 했다. 공달, 덤 달이라고도 불렀다. 윤달 계산법은 워낙 복잡한 전문가의 영역이어서 우리나라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맡는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만큼 ‘손이 없는 달’이라 전해진다. ‘손’은 손님을 줄인 말로,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코지한다는 악귀 또는 악귀(惡鬼)을 뜻한다. 따라서 손 없는 이 달에 이사, 혼례, 개업하는 날 등 주요행사 날짜를 잡았다.
 
 이와는 반대로 ‘손 있는 날’은 악귀들이 그 날짜와 방향을 옮겨 다니며 인간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훼방을 놓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때엔 주요행사를 치르거나 이동을 꺼린다. 결국 어느 방향에도 악귀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음력으로 끝수가 9ㆍ0일인 날 즉 9일과 10일, 19일과 20일, 29일과 30일이면 이삿짐을 나르는 차량들이 오늘날까지 북새통을 이룬다.
 
 그럼 왜 이처럼 좋은 달에 금기현상도 많았을까. 윤달에는 귀신들이 활동을 하지 않아, 조상님의 음덕(蔭德)을 받지 못한다는 속설로 인하여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꺼렸다. 그와 반대로 윤달에 묘지이장 등 부정과 소위 액(厄)이 탈 수 있는 일들을 윤달에 많이 하게 됐다. 인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귀신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생긴 유래인데, 근거 없는 속설일 뿐이다.
 
 윤달 속설에 대한 믿음을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수의(壽衣) 판매업체는 윤달 기간 만들어진 수의에 바가지를 씌워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기도 하고, 불법 화장을 권유하는 상조회사도 눈에 띈다. 올해엔 특이하게도 음력 9월 다음에 윤 9월이 있어 한 해에 9월이 2번 반복되는 윤 9월. 지난 양력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다. 다음 윤 9월은 2109년이나 되어야 돌아온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귀한 윤달에 이장(移葬)이나 이사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산소도 자리가 괜찮은지,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등을 중요한 변수로 여겨야 하는데, 무조건 윤달에 이장해야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남녀가 혼인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룬 뒤 아이를 낳아 다음세대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는 가장 큰 행사다. 그런데 윤달이라는 이유만으로 혼사를 미루거나 앞당겨서야 될 말인가. 다만 음력에만 매달리던 시절엔 결혼기념일을 해마다 챙길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예부터 윤달에는 다양한 미풍양속도 있어, 세시 풍속을 통해 극락에 갈 수 있기를 빌었다고 한다. 윤달이 되면 전국의 큰 사찰에 부녀자들이 모여 불탑에 돈을 넣으며 불공을 드렸으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윤달에 서울 장안의 여인들이 봉은사(奉恩寺)를 찾아 불공을 드리며 돈을 탑 위에 놓고 간다. 이렇게 하면 극락세계로 간다고 믿어 사방의 할머니들이 분주히 모여들었다고 전한다.
 
 윤달의 미풍양속은 살리되, 우리 신앙인들만이라도 근거 없는 속설로 대사를 그르치지는 말았으면 싶다.

우재구 14-11-07 12:12
 
아주 잘 읽었습니다. 윤 9월인줄 몰랐네요.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서 윤달을 맞이 하면 나쁜 해석도 점점 사라지겠지요. 하느님을 굳건히 진실되게, 참으로 믿으면 손님은 들어 올 여지가 없겠지요. 좋은 저보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영수 14-11-12 06:24
 
고맙습니다. 8번째 행(行)에 오자가 있는데 수정이 안된다네요. 여기서 바로잡습니다. '윤(潤) 9월'은 '윤(閏) 9월'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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