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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잃어버린 낙원
잃어버린 낙원
정영수
작성일 : 14-09-16 16:17  조회 : 20,085회 
 대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 ․ 失樂園)>은 구약성서를 소재로 아담과 하와의 타락과 낙원추방을 묘사한 인간의 원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영국의 시인 밀턴(John Milton)이 1667년에 쓴 12권의 이 장편 서사시는 한때 정치적 위기로 집필의 기회를 놓칠 뻔했다. 그가 참여한 공화제가 실패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밀턴은 시력까지 잃어 불운에 빠진다. 그러나 다시 시작(詩作)활동을 계속해 이 거대한 작품을 구술(口述)로써 완성하였다. 서사시에 인간의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내용을 담는 어려운 과제를 작자는 훌륭하게 완수해낸 것이다.
 
 1, 2권에서는 신(神)에 거역해 지옥에 떨어져, 낙원에 사는 아담과 하와를 유혹하여 복수하려는 ‘사탄’을 그린다. 3, 4권에서는 에덴낙원의 축복을 노래하였다. 9권에서 뱀으로 변신한 사탄의 유혹에 지고 만다. 10권에서는 죄를 진 뒤 찾아오는 재앙, 그리고 11∼12권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신의 섭리를 믿으며 낙원을 떠난다. 그야말로 ‘실낙원’이다.
 
 전편을 통하여 밀턴의 강렬한 상상력이 돋보여,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의 명성을 얻는다. 밀턴은 이 작품에 이어 <복낙원(Paradise Regained) ․ 復樂園)>도 썼다. 실낙원의 속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사탄의 유혹을 주제로 하여 지상 낙원이 다시 인간에게 회복될 때까지의 대서사시이다. 인간의 구원은 인간 스스로의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인간 개개인에 깃든 구원의 힘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낙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가가 있었다. 문자 그대로 전낙원(田樂園)씨. 78세를 일기로 2004년 타계한 대한민국의 기업인 겸 교육가이자 관광업자다. 독실한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창업주로 한때 ‘카지노의 대부’라는 별칭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법인 계원학원을 세워 국내 문화예술 인재의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이름처럼 전국에 파라다이스 호텔 체인을 가지고 있었고 그 수익금으로 비영리 재단을 통해 사회 공익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파라다이스(樂園)’의 족적을 남겼다.
 
 국경을 넘나들며 불법을 일삼던 태국의 마약보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유치장에 수감된 그의 사진과 함께 영자신문에 ‘실낙원(Paradise Lost)’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나붙었다. 언제부터일까, 실낙원이란 단어는 ‘부귀영화가 한 순간에 사라지다’라는 수사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세월호사건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받아 수배되어온 유병언씨가 이미 유명을 달리한 지 오래다. 온갖 호사를 누려 불사신처럼 여겨지던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꼬리를 문다. 사체에서 발견된 옷과 신발도 최고급 명품으로 밝혀졌다. 그가 숨어 지내던 별장 안 가방 속에서는 돈뭉치가 쏟아져 나왔다. 이건 빙산의 일각일 터이다. 어딘가에 감춰놓은 재산은 더 얼마나 많을까. 그야말로 현대판 ‘실낙원’이 아닐 수 없다.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체포된 그의 장남 유대균 씨의 사치도 구설에 올랐다. 그가 운영하던 서울 역삼동의 한 레스토랑엔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얼굴을 빚은 청동상을 비롯한 각종 진귀한 골동품들이 가득했다. 유 씨가 해외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이곳에 수 천점의 고급시계들도 전시해놓았는데, 그가 특히 좋아한 명품 브랜드는 최고 5000만원을 호가한단다. 무슨 돈으로 그처럼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까.
 
 명색이 ‘구원파’인 그들의 낙원은 일단 막을 내렸다. “인간의 구원은 인간 스스로의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복락원의 메시지를 그들은 알고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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