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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성배와 독배
성배와 독배
정영수
작성일 : 14-08-16 07:30  조회 : 20,478회 
 성서에 꼭 집어 나오진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성배(聖杯)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쓴 잔으로 알려져 있다. 요셉으로 추정되는 신도들 중 한 명이 그 잔에다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피를 받았다고 전한다. 술잔은 요셉에게서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마법의 힘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져 ‘고귀한 술잔’이 된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성체성사에서 사용된 포도주가 실제로 예수의 피가 된다고 가르친다. 중세에 그리스도교도들은 자기 술잔의 포도주가 마법을 통해 예수의 피가 될 정도라면 예수가 실제로 사용한 술잔의 힘은 대단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성배의 전설은 아서 왕(King Arthur)과 원탁의 기사들이 질병과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성배를 찾아 나선 데서 비롯된다. 성배는 이미 그리스도교의 범위를 벗어나 ‘마법의 술잔’이 되고 말았다.
 
 성배(Holy Grail) 전설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의 중심내용이다. 영화에서 인디애나 존스는 성배를 찾아 아버지의 상처를 치료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성배를 찾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는 엄청 많았다. 화가들은 성배를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물건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실제 술잔은 아주 소박한 토기였다.
 
 이처럼 신성한 성배가 언제부터인가 ‘독이 든 성배(Poisoned Chalice)’라는 섬뜩한 말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독이 든 잔이라는 뜻에서 나온 독배를 말하던 것인데, 이를 견강부회한 것이다. 성배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매던 성물인데, 기대가 높던 만큼 위험도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군가가 좋은 자리에 앉게 되면 누리는 만큼 치러야할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흔히 ‘독이 든 성배’와 비유한다. 화려한 명성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과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한때 한국축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홍명보 전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갖은 논란 속에 불명예 사퇴한 것도 이런 징크스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축구계와 많은 팬들은 차제에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한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 같다. 실제로 전 크로아티아 감독 등 다수의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에서는 국제무대에서 명망을 얻은 거물급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많이 떨어져 누가 선뜻 나설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독이 든 성배’는 축구감독에게만 해당되는 수사(修辭)가 아니다. 인천지검장 자리에 대한 법조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국 3위 규모의 검찰청 ‘노른자위’라는 점에서 모든 검사장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막상 인사발령을 받으면 부담스러워한다. 인천지검장의 자리가 대체로 순탄치 않았다는 것. 우연의 일치일까. 유병언 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최재경 지검장의 경우도 징크스 하나를 더해준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망의 대상인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Nodame Kantabire)’의 여주인공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 10월 방송 예정인 KBS 2TV 새 드라마 ‘칸타빌레 로망스(가제)’의 유력한 후보들이 출연을 최종 고사하게 되면서 타이틀 롤의 정체가 안개 속이다.
 
 일본 특유의 정서가 녹은 이 드라마는 일본을 넘어 대한민국을 포함한 해외 팬들까지 거느릴 만큼 위세를 떨친 바 있다. 따라서 자칫 원작과의 비교로 인해 혹평을 받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최 부총리에게는 홍명보의 아이들처럼 잘 짜인 경제팀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도 2016년에 37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돌입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그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도록 꺼져가는 한국경제의 불씨를 살려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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