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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75세 '문학소녀'
75세 '문학소녀'
정영수
작성일 : 13-02-12 06:17  조회 : 20,241회 
 “어느 날 감나무 잎과 작은 가지에 이슬이 맺혀있었어요. 그 이슬방울에 제 모습이 비쳤고요. 그때 나는 지금껏 사물을 제대로 보고 듣지 못한 것을 깨달은 겁니다. 무엇이든 세심히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과 같다는 이치를 알게 되었지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문학적 힘은 이처럼 섬세한 눈에서 나온 것일까. 오에는 일본 도쿄 대(大)를 나와 23세에 최연소의 나이로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받았다. 이후 작가로서 내공을 쌓은 뒤 1994년 소설 <만연원년(万延元年)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쿠타가와상은 <라쇼몽(羅生門)>을 쓴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龍之介)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문예춘추’를 창간한 작가 기쿠치간(菊池寛)이 1935년 제정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아쿠타가와상은 한국과도 불가분의 인연이 있다. 1944년 제19회 수상작인 오비주조(小尾十三)의 <등반(登攀)>은 한국이 배경이다. 일본인 선생과 한국인 학생과의 인간적인 유대를 통하여 일본의 식민지 교육을 비판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1971년 이회성(李恢成)이 한국의 여인상을 다룬 <다듬이질하는 여인>을 써 재일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했다.
 
 1997년에는 재일한국인2세 유미리(柳美里)가 자전적 중편 <가족 시네마>로 제116회 아쿠타가와 상을 받는다. 당시 그녀는 재일동포란 사실 때문에 극우 일본단체들로부터 테러위협을 받기도 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중국인이 처음 오른 적도 있다. 2008년 제139회는 중국 작가 양이(楊逸)의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이 선정되어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가 된 것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매우 신선한 작품”
 올해에는 ‘문학소녀 할머니’가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16일 구로다 나쓰코(黑田夏子 ‧ 75)씨의 소설 <ab산고>를 148회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구로다씨는 아쿠타가와상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자이며, 종전 기록은 1974년 61세에 수상한 모리 아쓰시(森敦)씨가 갖고 있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년의 글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74세의 노인이 ‘군조(群像)’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73세에 <신의 라면>이라는 단편집을 낸 신인작가도 있다. 교직에서 글쓰기를 연마해온 구로다씨도 본격적인 소설에 도전한 것은 은퇴 이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생 2막’에 새롭게 도전한 구로다 씨 같은 노년의 신예 작가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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