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최근 KAIST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제다. 여기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충격적이다.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 희망적인 응답을 해온 청년은 23%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는 대답이 무려 42%나 나왔다는 것이다.
“절망의 신인류, 마쿠도(マクド) 난민”
마치 20여 년간의 장기 불황에 길들여진 일본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 일본 전자대기업들의 동반몰락이 실직사태를 몰고 왔다. 낮에는 일거리를 찾아 기웃거리거나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나가지만 밤이 되면 맥도널드 24시간 점을 찾아든다. 100엔짜리 커피 한 잔만 사면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서 쪽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월세 낼 형편이 안 돼 맥도널드를 숙소로 삼는 실업자들을 ‘마쿠도 난민’이라고 표현하며 그들의 실태를 전했다. ‘마쿠도’란 맥도널드의 일본식 발음인 ‘마쿠도나루도(マクドナルド)’의 약자다. 낮에는 파친코나 PC방을 전전하다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 되면 맥도널드를 찾아다니는 등 난민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일본의 신인류(新人流 ‧ しんじんるい)를 표현하는 용어는 많았다. ‘니트(NEETㆍ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의욕이 없는 일본의 젊은 층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인류란 종래와는 다른 가치관이나 감성을 가진 젊은 세대를 새로 발견된 인종처럼 일컫는 말로 1980년대 중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프리터(Freeter)족’은 그래도 이들보다 형편이 낫다.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말로, 정규 직장을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니트족과 프리터족의 속뜻에는 복지대국 일본의 단면이 담겨 있다.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일정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태어난 신인류다. 경기 불황 여파로 비정규직이 급증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이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2007년 기준 고령화 관련 복지지출이 전체 사회보장 지출의 70%를 차지하게 되면서부터 더욱 가속화됐다.
일본 청년들은 “차라리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의 청년들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탐을 내지 않는 ‘사토리(さとり)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사토리(覚り ‧ 깨달음) 세대란 마치 득도(得道)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사토리 세대는 성공하겠다는 욕망은 물론,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까지 모두 버리고 말았다.
사토리 세대의 등장으로 청년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시작했지만,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기업들이다. 청년들이 해외여행은커녕 음주 흡연까지 줄이면서 내수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발등의 불은 자동차 산업에 덜어졌다. 심지어 청년들이 운전면허조차 따려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운전면허를 따라는 캠페인성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사토리 세대’ 징후는 없을까. 사토리 세대는 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이 저성장 사회에 돌입하면서 출현했다. 한국도 4년째 3%대 성장에 머물면서 취업난이 심각하다. 결혼 ‧ 연애 ·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비정규직 ‘장그래 세대’가 그렇다. 돈, 취업, 출세조차도 무관심이다. 그들의 반(反) 소비문화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