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사정을 말하지 않았니? 내가 도와줬을 텐데”
“제니는 이미 죽었어요.”
“미안하다(I'm sorry).”
이때 올리버는 아내 제니퍼가 숨을 거두며 해준 말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이라고 아버지에게 털어놓는다. 그토록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뒤늦게 비보를 접하고 병원에 찾아온 아버지였다. 이 다이얼로그는 ‘영화 속의 명대사’로 기록되어있다.
언제 다시보아도 그때의 감동이 그대로 와 닿는 추억의 명화 <러브 스토리(Love Story)>는, 명문 부호의 아들인 올리버(Oliver ・ 라이언 오닐)와 이탈리아 이민 가정의 가난한 제니(Jenny ・ 알리 맥그로우)가 펼치는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다.
빈부와 사회적 신분의 차이 때문에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채 교회에서 단둘이 결혼식을 올리지만, 주위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 그러나 아내 제니에게 뜻하지 않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스잔나> 등 7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외화는 주로 멜로물이었는데, 여자 주인공이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는 내용이며 병명은 똑같은 백혈병이었다. 10년 만에 하나씩 걸작을 내놓은 원작자 에릭 시걸(Erich Segal)은 33살의 나이에 처녀작 <러브 스토리>를 발표한 비교문학 박사. 하버드와 예일대, 옥스퍼드에서도 라틴문학을 강의했다.
1983년에 영화화한 <7일간의 사랑(Man, woman and Child)>도 그의 작품인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거의 모두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바 있다. 우리시대의 고전이자 사랑의 추억을 지닌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하버드 동창생>, <닥터스>등도 역시 영원한 스테디셀러가 아닌가.
“왜 이토록 슬픈 노래가 흘러야 하는가…”
70년대 초 서울 국제극장에서의 개봉을 알리는 영화포스터에 이렇게 씌어있었다. 새삼 추억의 명화 이야기를 하자는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프란시스 레이(Lai)가 맡은 영화음악이 <러브스토리>의 진가를 훨씬 더 높이 끌어올린 것이다. 주제음악(Theme from Love Story)를 비롯하여 11개의 주옥같은 OST가 1970년 판 MCA레코드에 실려 있는데, 그중 ‘눈싸움(Snow Frolic)'이 이때쯤이면 귓전에 맴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하버드의 미식축구장 눈밭에서 한 쌍의 남녀가 신나게 뛰어논다. 영화와 함께 그 장면이 저절로 오버랩 되고, 전주곡만 들어도 눈밭을 누비며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가 싱그럽게 다가온다.
“당신의 소중한 사랑을 바치겠습니까(Will you give me yourself)?”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두 젊은 남녀는 주례도 없이 교회당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이때 올리버가 제니퍼를 위해 휘트먼의 시(詩) 한 구절을 낭독한다. <풀잎(Leaves of Grass)>으로 이름을 날린 19세기 미국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이 한 구절은 결혼서약의 단골 메뉴가 되어있다. “돈 보다 더 소중한 내 사랑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살아있는 날까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로 이어진다.
40년 전에 이 같은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축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금도 눈발이 흩날릴 때면 그 영화 속의 <눈싸움>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에릭 시걸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4년. 영화 <러브스토리>에서의 눈은 화려함속에 깃든 순간의 환영(幻影)일까.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