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Ariel Sharon) 전 이스라엘 총리가 86세를 일기로 얼마 전 타계했다. 상반된 역사를 썼다.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위대한 수호자였다”고 했으나, 팔레스타인은 “드디어 학살자 죽다”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가 기갑부대 사단장이었던 70년대 초, 장갑차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저항군을 소탕한‘불도저’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샤론은 1982년 9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던 팔레스타인 난민이 집단 살해된 사건의 배후로 아랍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사흘 내내 학살이 이뤄지는 동안 이스라엘군이 현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당시 국방장관은 샤론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혼수상태로 8년의 투병 끝에 숨을 거둔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Tel-aviv)는 ‘봄의 동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성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민족이자 소위 ‘약속된 땅’이자 이념이다. 이스라엘은 창세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신의 지배를 받는다.’는 뜻이란다. 정치적 수도이자 성지인 예루살렘(Jerusalem)은 샬롬(Shalom)에서 유래한 ‘평화의 땅’이다. 온통 평화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땅에서 유혈과 총성이 멎질 않았으니, 이 아이러니를 어쩌랴.
성서에 나오는 히브리어 '샤론' 역시 평화의 상징이다. 욥바(Jaffa)에서 갈멜(Carmel)산(山)까지의 연안으로 '평원'을 뜻한다. 흔히‘샤론평야’라고 하는데, 상징적으로는 영원한 평화를 나타낸다. 그래서 ‘샤론의 꽃 예수’라고도 했다. 즉 샤론평야 에서 피는 수선화나 백합 같다는 것. 이는 사람을 꽃같이 예쁘다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나 역시 영광과 평화스러움의 상징이다.
샤론의 원래 이름은 샤론이 아니었다.14살 때 이미 유대인 지하군사조직에 가입한 그는, 1차 중동전쟁 때 소대장으로 참전하여 복부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나 깁스를 한 채 전투를 지휘했다. 샤론의 활약으로 이스라엘은 승리했고 가자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총리였던 벤구리온(Ben Gurion)은 이 용맹한 청년장교 아리엘 샤이에르만에게 그 이름도 거룩한‘샤론’이라는 이름을 내려줬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야전사령관’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어 4차 중동전쟁까지 참전하고 승승장구하여 수에즈운하 동쪽과 골란고원을 장악한 채 전쟁은 번번이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난다. 한때 이스라엘은 샤론을 ‘이스라엘의 왕’이라 부르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마치 고대 이스라엘 왕 다윗을 그의 백성들이 찬양한 것에 비견할 만하다.
새삼 샤론의 무용담을 논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그의 이름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겨레의 나라꽃은 무궁화다. 영어로는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 성서에는‘예수, 그 샤론의 장미(Jesus, Rose of Sharon)’라는 대목이 나온다. 척박한 땅에 철따라 꽃이 피고 목초지가 펼쳐졌다. 구약에 나오는 ‘샤론의 장미’는 신에게 축복받은 땅의 아름다운 꽃이란 뜻으로 그 품격을 말해준다. 말레이시아도 우리와 같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하고 있다.
국화(國花)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은 정해진 나라꽃이 없다. 사쿠라(櫻)다, 국화(菊花)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 미국에도 국화는 없다. 다만 주(州)마다 서로 다른 꽃을 정한 ‘주화(州花 ․ State Flower)’가 있을 뿐이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 주는 캘리포니아 포피(Poppy), 인디애나 주는 튤립 하는 식이다.